사 찰 Digital 2012. 10. 9. 09:15

 

 

이번 1박2일 여행의 마지막 코스 송광사 불일암..

언제부터 한번 가야지 했던곳.. 뜻밖의 여행길에서 만나게된 호젖하고 소박한 그곳..

 

 

송광사 입구에 들어서면 우측 송광사 본당과 좌측 불일암 오르는 갈림길이 나온다..

 

송광사는 법정스님의 출가본사이다.
스님이 송광사 뒷산에 직접 불일암을 짓고 이곳에서 홀로 17년 가량 거주했다고 한다.
"무소유"도 이곳에서 썼다.
무소유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1992년 강원도 모처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우선 불일암부터 가보기로했다..

 

 

편백나무가 여름의 푸른기운을 머금고 맑은 공기를 내뿜고 있다..

상큼한 솔잎냄새.. 깨끗한 산골향기.. 살짝 오르막 길이지만 곳곳에 가을들꽃이 기분을 업 시켜준다..

 

 

꽃무릇이 그곳에도 더문더문 피어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선운사, 불갑사쪽으로 방향을 잡아 늦은 꽃무릇도 만나고 서해를 한바퀴 훑고 싶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법정스님의 평소 삶의 소신이 담긴 무소유 정신을 오르는 내내..

경내에 머무르는동안.. 그리고 내려오는 내내 생각하게 했다..

 

 

불일암 가는길옆으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짙은숲아래 햇볕이 드는 그곳에 갖가지 가을 야생화가 그득했다..

천상의 화원처럼.. 군락을 이뤄 함께 모여있는 모습에 금새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걸 느낀다..

 

 

따스한 그 풍경.. 너무 좋았다.. 아니.. 그곳에 자리깔고 소풍이라도 즐기고 싶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들꽃이 보여주는 기쁨은 두배 세배 큰거 같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불일암을 오르는데 큰 무리는 없다..

오르는 길도 20여분이면 충분하다..

 

 

대나무가 보이는걸 보니 곧 불일암에 도착할거 같다..

느릿느릿 천천히 오르면 그리 힘든길은 아니다..

 

 

더디어 도착했다.. 대나무로 엮은 문안으로 들어서면 조용히 묵언 관람을 해야한다.

 

 

터널처럼 기울어진 대나무 덕분에 살짝 궁금증까지 유발한다..

 

 

아... 법정스님이 계셨던곳..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을 품고 이곳에 계셨을까?... 아니.. 무슨생각도 무슨 마음도 품지 않았으리라..

그저 묵묵히 자연이 주는대로 욕심없이 서있는 마당앞 후박나무처럼 그렇게 그곳에 계셨으리라..

 

 

9월이 지나 꽃무릇 지는 마당아래 텃밭엔 상좌스님께서 손수 키우는 채소가 정갈하게 자라고 있다.

 

 

... 스님이 계신곳.. 불일암 마당 스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 아래 스님의 유언에 따라 유골이 모셔져있다.

 

 법정 스님은 ''장례식을 하지 마라. 관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살던 강원도 오두막에 대나무로 만든 평상이 있다.
그 위에 내 몸을 올리고 다비해라. 그리고 재는 평소 가꾸던 오두막 뜰의 꽃밭에다 뿌려라." 라는
유언과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모든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채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75세의 나이로 입적했다.

 

 

 

스님은 또한 "사리를 찾으려 하지도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상좌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조용히 "묵언  수행중"이라고 쓴 목판 앞에 놓인 흰실로 뒷축을 꼬맨 흰고무신 한 컬레가

불일암의 정신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법정스님의 빠삐용 의자..

올초 법정스님 다큐멘터리 2부작 "법정스님의 의자"를 본적이 있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온것처럼 익숙했다..

 

 

의자위에 평소 스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있다..

그립고 그리운 분이다.. 이시대 종교인들이 본 받아야 마땅한 분이다..

 

살짝 눈물이 핑~돌았다.. 왜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한없이 욕심을 부리고 사는 내 모습이 스님앞에 서있기 부끄러워 그랬던거 같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오후.. 정갈하고 조용한 산골 불일암 경내는 세속의 모든 고민을 내려놓게 한다..

 

 

불일암 옆 낮은 언덕위에 제7대 자정국사 부도 묘광지탑이 있다.


[[ 고려 후기에서 조선초까지 송광사에서 16국사가 배출되었다.
이곳 불일암은 고려후기 활동한 자정국사 (?~1301년무렵)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창건무렵 자정암이라 하였으나, 오랜세월 수많은 선승들이 지나며 여러번의 중수가 이어지다

1975년 법정스님이 중수하면서 "불일암"으로 바뀌었다. ]] = 인터넷 발취

 

 

파란 하늘아래.. 후박나무가 힘차게 뻗어 있다..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 후박나무를 보니 한결 마음이 든든해진다..

법정스님과 함께  오래오래 서로의 벗이되어 그곳을 지켜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 법정스님은 193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1956년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을 은사로 출가.
쌍계사, 해인사, 송광사 등 여러 선원에서 수선안거 하였고, 1970년 후반 송광사 뒷산에 직접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살다 2010년 3월 11일 열반하셨다. ]] = 인터넷 발취

 

 

@ 2012. 10. 01. 순천

 

photographed by LanYoung

 

Copyright ⓒ Skylake. All Rights Reserved

'사 찰 Digital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양산 선암사  (0) 2013.05.06
통영 관음사  (12) 2013.04.23
순천 송광사  (0) 2012.10.08
여수 향일암  (10) 2012.10.02
남해 보리암  (0) 2012.08.06
Posted by 하늘연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