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Story 2006. 6. 22. 13:00


작년봄
물안개 피던 푸른 주산지의 반영을 본후
가을과 봄만되면 그곳 생각에 마음은 벌써 주산지를 꿈꾸고 있다..

작년부터인가 사진가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지면서 물이 만조가 되는
봄과 가을엔 오롯이 그곳 풍경을 즐길수만 없는 아픔을 가지게도 됐다..



인파에 부대끼고, 날밤을 새며 강행해야하는 출사길이 싶지만은 않아 포기했던 곳..

생각치도 않은 지난주말 갑자기 가게된..
그것도 오후 4시즈음이나 되서 도착하게된 주산지..

오후라 바람물결에 반영도 볼수 없을뿐더러,
모내기철이라 물이 다 빠지고 앙상한 뿌리를 들어냈을거란 내 얘기에도
아랑곳없이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일행은 사진속 그곳 열망에
좀처럼 맘이 식지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함께 나선길이었다..


모내기가 한창인 주산지의 6월..


100년이 넘는 넝수버들과 200년 가까이된 왕버들은
수면위 아름답고 품위있게 드러내던 고고함을 뒤로하고
깊은 세월을 말해주듯 숭숭 뚫려버린 속내까지도 다 드러내고 있었다..


커다란 동물의 뼈처럼 앙상하게 말라있는 왕버들의 잔해..

이제 하나둘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는 왕버들이
골다공증에 걸린 노인마냥 발로 툭~ 차기라도 하면 힘없이 쓰러질듯 안타깝게 버티고 서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갈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태고의 신비를 언제까지 간직할수 있을까?



안타까움과 대견한 맘에 밑둥만 남은 커다란 왕버들을 어루만지려 손을 내미는 순간,
갑자기 한여자가 뛰어들더니 나무를 올라타고 뻥뚫린 몸통속으로 들어간다..

"야~ 야~ 찍어라.. 찍어.." 함께온 일행을 향해 소리지러던 그녀의 순간행동에
적잖은 충격과 속상함이 원망으로 밀려왔다..

오랜세월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려는 그길..
말없는 나무지만, 모욕감을 주지않았나 괜한 미안한 맘까지 든다..



뜨겁게 내리쬐던 6월의 태양.. 마른흙과 푸석푸석 솜털같은 뿌리위를 걷던 무거운 발걸음..

그들이 견디고 서있는 수면위의 아름다움만 사랑할것이 아니라,
긴 세월 봄.여름.가을.겨울을 견디며 우직하게 그곳을 지키는 장성처럼
바람든 뼈의 고통까지도 사랑해 줄수 있었음 한다..


바람이 일어 파르르 일어나는 잔물결..
고요한 물그림자를 바라보다, 문득 시간과 소리가 소멸된 무채색의 세계에서 묘한 적막감과 평온함이 느껴진다..

아담한 호수..
그곳은, 인간을 비롯해 주왕산을 터전삼아 살아가는 뭇 생물들의 삶과 죽음을 포용하는 넉넉한 곳이다.

돌아오던 길은 오히려 그들과 세월을 함께한듯 더욱 깊은 애정으로 마음한곳 짠하게 자리잡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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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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